서울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2년 만에 폐기되나
총선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을 한달여 앞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22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부분의 의석이 비어있다.
2022년 서울시의회에서 제정된 장애인 탈시설 지원 관련 조례가 2년 만에 폐기 기로에 서게 됐다.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지난 21일 수리했다고 22일 밝혔다.
조례 폐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해 12월13일 대표 청구인이 서울시의회에 청구인 명부 3만3908명을 제출했다. 명부 열람과 이의 신청 절차, 서명 유·무효 검증 절차를 거친 결과 모두 2만7435명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규정상 조례 폐지를 위해 요구되는 청구권자 수는 2만5000명 이상이다.
청구인은 "해당 조례는 의사 표현도 힘든 중증 장애인들을 자립이란 명분으로 지원 주택으로 내몰고 있는 탈시설 정책을 지원하려고 만든 조례"라며 "중증 장애인의 거주 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어 이의 폐지를 청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의회 의장은 주민 조례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안에 주민 청구 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 발의 후에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다. 이후 상임위원회 의사 일정과 절차에 따라 심사가 이뤄진다.
폐지가 요구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는 2022년 5월25일 제10대 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윤기 전 의원이 발의했다. 같은 해 6월21일 본회의에서 의결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같은 해 7월11일 공포·시행했다.
이 조례에는 서울시 관할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시설을 떠나 지역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는 장애인의 지역 정착을 위해 지원 주택과 자립 생활 주택을 제공하고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득 보장을 위해 공공 일자리를 줘야 한다.
이 조례가 시행되면서 장애인 단체는 환영했다. 장애인을 비자발적으로 시설에 입소시킨 후 지역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게 장애인 본인들의 주장이었다.
반면 부모들은 돌봄 부담을 호소하며 반대해 왔다. 충분한 준비가 없이 탈시설화가 진행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당사자인 발달장애인과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 부모라는 게 반대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본인과 부모를 모두 고려하는 해법을 요구해왔다.
조성혜 동국대 법대 교수는 '발달장애인의 법적 지위와 주거지 결정권- 발달장애인의 탈시설화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논문에서 장애인의 탈시설을 입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시설의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시설을 선택하도록 하고 그룹홈을 선호하는 장애인에게는 그룹홈으로 이전하도록 발달 장애인(보호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또 "다만 발달 장애인이 지역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격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장애인 거주 시설을 지역 사회로 이전시키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