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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사고·화마와 압박 이겨낸 정호원, 장애인스포츠 새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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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가레 받는 정호원 

정호원(위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승리한 뒤 헹가레를 받고 있다.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은 한국 보치아의 에이스다.

1998년 보치아를 시작한 정호원은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이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는 패럴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처음 출전한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2024 파리 패럴림픽까지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다. 

정호원의 활약을 앞세운 한국 보치아는 1988 서울 패럴림픽부터 파리 패럴림픽까지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이 10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과정에서 정호원의 역할은 매우 컸다.

보치아 대표팀은 8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던 당시 세계랭킹 2위 김한수와 런던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최혜진이 각각 남녀 개인전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다.

정호원은 홀로 개인전 결승에 올랐다.그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결승전 전날 심한 열병을 앓기도 했다.해열제를 맞고 결승전에 출전한 정호원은 금메달을 딴 뒤 펑펑 눈물을 쏟았다.

2020 도쿄 패럴림픽 때도 정호원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 선수단 통틀어 단 2개의 금메달 획득에 그쳤는데, 그중 하나를 정호원이 따냈다.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정호원은 무거운 중압감에 시달렸다.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한국 보치아는 앞서 열린 남녀 개인전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정소영(35·충남장애인보치아연맹)은 여자개인 스포츠등급 BC2 결승전에서 석패했고,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도 남자 개인(스포츠등급 BC1) 결승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호원은 심한 압박감 속에서도 다시 한번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우승했다.

경기 후 만난 정호원은 "내가 그동안 표현을 안 했지만, 매우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며 "매우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정호원은 패럴림픽 금메달을 딸 때마다 어머니 홍현주 씨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날도 그랬다.

그는 "어머니는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최근 일부러 연락을 안 하셨다"며 "파리로 떠나기 전에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금메달을 갖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호원은 1986년, 홍현주 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정호원은 그해 큰 사고를 당했다. 홍 씨는 지하철역에서 매점 일을 했는데,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호원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뇌병변 장애인이 됐다.

불행은 계속됐다. 1995년 정호원의 가정에 큰 풍파가 일었다. 원인 모를 화마가 집을 덮쳤다.

어머니 홍 씨는 몸이 아픈 정호원부터 감싸 안아 보호했고, 그 사이 형 정상원 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정호원의 가정은 크게 흔들렸다. 어머니와 형의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집안이 뿌리부터 흔들렸다. 정호원은 그때 보치아를 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려했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보치아를 이어갔다.  보치아는 정호원과 그의 가족에게 희망, 그 자체였다.  정호원은 매일 꿈을 담아 공을 굴렸다.

그렇게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영웅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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