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서 나온 장애인, 초기 스트레스 높아…"적응과정 지원 중요"
장애인 주택 모습
복지시설에 살다 지역사회로 나온 장애인 중 초기 적응 과정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 '지역사회주거전환 장애인의 정신건강 지원방안 연구'엔 지난 6월14일부터 8월31일까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다 지역사회로 주거를 전환한 장애인 122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내용이 담겼다.
피조사자들의 지역사회 거주 전환 기간은 평균 4.45년으로 대부분은 10년 미만이었다. 의사소통 어려움이 있는 대상자의 경우 기관 종사자나 지원인력이 직접 대면해 응답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에게 주관적 정신건강 상태를 물어본 결과 지역사회 초기 정착 상황에 느꼈던 건강상태가 나빴다(매우 나쁘다+약간 나쁘다)고 응답한 사람은 32.8%로 나타났다. 당시 우울감을 느꼈다는 응답은 28%, 주관적 스트레스는 100점 만점에 41.20점으로 나왔다.
이러한 수치들은 조사가 이뤄진 시점인 '현재(지난 한 달 간)' 기준으로 물었을 땐 조금씩 낮아졌다.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응답은 초기 정착 때보다 24.1%로 8%p 이상 감소했다. 우울감을 느꼈다는 응답은 11.1%로 10%p 이상 줄었고 주관적 스트레스도 31.86점으로 10점 가량 감소했다.
사회적 관계망과 관련해선 초기 정착 상황에서 월 1회 이상 사적으로 만나거나 주 1회 이상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한 사람 유무에 대해 '1~2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48.1%로 가장 높았다. 14.2%는 '없다'고 답했다. 반면 현 시점에선 '3~4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2.7%로 제일 많았다.
외롭다고 느끼는 이들도 초기 정착 상황에선 30%였으나 현재 14.5%로 줄었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28.9%에서 8.3%로 소폭 감소했다.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급작스럽게 주거 및 생활환경이 변화하면서 낯선 동네에 적응해야 하는 불안감, 새롭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부담감 등으로 특히 초반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지역사회 초기 정착 상황에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특성을 추가 분석한 결과 "성별은 남자보다 여자가 많고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으며, 언어폭력 및 차별경험에 대한 경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거전환 시 성별, 차별(학대 등) 경험이 있는 장애인에 따른 전환지원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연구진은 장애당사자 설문조사에 더해 지원 업무를 하는 기관의 실무자 심층인터뷰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지역사회로 나온 장애인들의 정신건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무엇보다 초기 적응과정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실무자들은) 초기 적응시 스트레스 요인을 해소하고 이전의 관계망이 지속될 수 있도록 활용하면서 삶의 네트워크를 새로 만들어가는 시간과 과정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했다.
이어 정책적 측면에서 "탈시설 수행기관의 코디네이터, 활동지원사, 정신과 전문의 등이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